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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강림
BGM: https://youtu.be/F-VmBHXpROA?si=6GFOcHSGQXvXWww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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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새하얀 세상이었다. 밀레시안이 두리번거리자, 눈앞에 한 소녀가 나타났다. 백색 머리를 둘로 나누어 묶고 검은색의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소녀. 그녀는 자신을 별 너머에서 온 순수한 영혼들을 인도하는 자, 나오라고 소개했다. 그녀의 신비로운 눈빛과 빼어난 몸매는 어딘지 현실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위화감이 있었다.
데브캣의 검은 사신, 나과장의 변천사
나오에게 에린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은 밀레시안은 곧 하얀 빛에 감싸인 채로 어딘가에서 눈을 뜬다. 그곳은 울라 대륙 북부의 작은 시골 마을 <티르코네일>이었다. 밀레시안은 마을 사람들에게 나오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등골이 오싹해진 밀레시안은 재빨리 축포를 온몸에 뿌렸다. 그녀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게임을 접을 경우 종종 날아온다 카더라던 그녀의 공포의 독촉장 손편지
어쨌든 앞으로 에린에서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밀레시안은 <티르코네일>과 남쪽의 상업도시 <던바튼>을 오가며 그곳의 많은 토착민(파르홀론&투아하 데 다난)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여러 가지 조언을 듣고, 닭과 양을 괴롭히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무기를 깨먹으며 전투를 배우고, 염색을 하며 옷을 맞추고, 악보를 구해 연주를 하고, 캠프파이어 앞에 모여 밤새 수다를 떨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16년 전에 했던 게임의 NPC 얼굴과 전용 브금들이 아직도 다 기억나다니..
평화로운 폐인 생활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밀레시안은 꿈을 꾼다. 웬 검은 머리에 흰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같은 게 나타나 요단강을 건너오라고 손짓하는 끔찍한 꿈이었다.
판타지 라이프 초입부터 유저를 엄습해온 음침한 악몽
귀신의 정체는 오래전 봉인되었다고 알려진 여신 모리안이었다. 꿈속에서 모리안은 자신을 구해달라고 부탁하며 전설 속 낙원으로 알려진 <티르 나 노이>로 찾아올 것을 종용했다. 옷을 염색하고 꾸미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했던 밀레시안은 어쩔 수 없이 메인스트림을 밀기 시작했다.
당시 만게 죽돌이었던 필자. 오랜만에 들어가 보니 개쪼렙 찐따 느낌 풀풀 ㅠㅠ
티르 나 노이로 찾아갈 방법을 수소문하던 밀레시안은 오래전 낙원을 찾아 떠났던 ‘사라진 세 전사’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밀레시안은 티르코네일 북쪽의 눈덮힌 설산 <시드 스넷타>에서 그들 세 전사 중 한 명인 마법사 타르라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타르라크는 처녀귀신의 말 따위 믿지 말라며 티르 나 노이는 낙원이 아닌 마족들의 땅이고, 여신은 인간의 편이 아니라 마족의 침입을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련의 조사를 통해 밀레시안은 왜 그가 그런 주장을 하는지, 어쩌다 그가 이렇게 인적 없는 숲 깊은 곳에서 밤에만 나타나는 은거의 삶을 살게 된 것인지, 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던 것인지 그의 사연을 알게 된다.
낮이 되면 곰으로 변하는 타르라크
오래전, 세 전사는 티르 나 노이로 가는 통로라고 추정한 어느 던전을 탐험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제2차 모이투라 전쟁의 영웅이자 타르라크의 스승인 마우러스가 어떤 ‘괴물’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때 일행은 다크로드 모르간트와 포워르들의 갑작스런 공격을 받는다. 놀랍게도 그들은 여신 모리안의 명령을 받고 있었다.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던 마우러스는 타르라크만을 피신시켰고, 이후 한 ‘서큐버스’가 부상당한 타르라크를 정성껏 간호해 살려낸다.
깨어난 타르라크는 친구들이 행방불명된 걸 믿을 수 없어 몇 번이고 다시 그곳으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전신의 마나를 다스리는 신경이 엉켜버려 고위 마법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이때 받은 일종의 저주로 인해 낮에는 마나를 유지할 수 없어 곰의 모습으로써 항상 마나 허브를 찾아헤매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 사건으로 타르라크는 여신 모리안에 대한 크나큰 불신감을 갖게 되었다.
도대체 의중을 알 수 없는 스승 마우러스와 여신
그런 타르라크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한 여성이 있었다. 던바튼 성당의 여사제 크리스텔. 사실 그녀의 정체는 타르라크가 부상을 입었을 때 정성껏 간호했던 서큐버스, 즉 마족이었다. 본래 라비던전을 지키는 서큐버스였던 크리스텔은 일전의 몇 번의 만남으로 인간 타르라크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결과 여신에게 죽을 뻔했던 타르라크를 살려내고 자신의 모습을 버린 채 인간들 편으로 귀화했다.
이후 크리스텔은 타르라크를 따라 드루이드가 되려고 했지만 드루이드 마법을 배우던 도중 신을 섬기는 기쁨을 알게 되어 사제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사라져버린 타르라크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살아가던 찰나, 티르 나 노이 찾겠다고 온 사방을 헤집고 다닌 밀레시안 덕분에 타르라크와의 인연을 다시 이을 수 있게 된다.
한때 남자 정기 빨아먹던 수녀님이라니... 설정 만든 사람은 천재인가?
크리스텔은 타르라크가 가진 여신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어떤 기억이 담긴 메모리얼 아이템을 하나 건네준다. 그 물건 안에는 마우러스의 기억이 담겨 있었다. 마우러스는 지난 모이투라 전쟁 이후 인간들에게 배신당해 가족들을 잃었고, 상심하던 찰나에 접근해온 여신 모리안의 회유로 마족들의 편에 섰었다.
하지만 그 여신은 사실 가짜였다. 마신 키홀이 여신의 모습으로 변장했던 것이다. 모습을 속인 키홀이 마우러스에게 종용한 것은 과거 파르홀론 족과 마족의 전쟁 당시 인간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파괴의 화신, 글라스 기브넨을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고대의 괴물을 부활시켜 한 번 더 인간 세계를 침공하려는 마신 키홀
밀레시안은 계속해서 세 전사들의 발자취를 따라 던바튼 남쪽 광산 마을 <반호르>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바리 던전의 숨겨진 통로를 통해 마침내 마족의 땅 <티르 나 노이>에 도착한다. 저 세상 또는 저승이라고도 불리는 그 땅은 타르라크의 말대로 낙원은커녕 매우 황폐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보였다. 온통 좀비 투성이인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살아있는 인간은 단 한 명, 도우갈이라는 젊은 남자뿐이었다.
도우갈은 마치 던컨 촌장의 젊은 시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닮은 인상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정체는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사실 글라스 기브넨의 정신이 깃든 존재였다. 키홀과 마우러스가 고대 전쟁에서 마지막으로 소환되었던 글라스 기브넨의 육체를 회복시키면서 그 몸의 정신을 내쫓았고, 그로 인해 바인드 마법에 걸린 글라스 기브넨의 정신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한 채 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도우갈이란 인간의 몸에 붙어버린 것이다.
저기 묘지에서 좀비들 데리고 윈드밀 수련을 어찌나 했던지...
도우갈은 글라스 기브넨을 무찔러 바인드 현상을 풀어달라고 부탁하며 밀레시안을 여신이 봉인되어 있는 최종결전지, 알베이 던전으로 보내준다. 그곳은 에린이 아니기 때문에 불사의 밀레시안조차 다시 부활할 수 없는 위험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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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구 겁나 모아 노가다 뛰고 장비를 맞춰 만반의 준비를 갖춘 밀레시안은 마침내 여신을 구출해낸 뒤, 그녀의 부탁대로 마족의 침공 계략을 막기 위해 마지막 던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드디어 과거 파르홀론 족을 멸망시켜버릴 뻔했던 최강의 화신, 글라스 기브넨을 눈앞에 마주한다.
당시엔 진짜 최종보스 잡는 느낌 팍팍 났던 글라스 기브넨
다행히 글라스 기브넨의 힘은 불안정한 상태였다. 여신 모리안으로 위장한 키홀이 3용사를 죽이도록 명령했던 일 때문에 의심을 하게 된 마우러스가 일부러 불완전하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렇게 미완성 글라스 기브넨은 밀레시안의 손에 쓰러졌고, 여신은 자유를 되찾았다.
하지만 글라스 기브넨이 죽는 것은 키홀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진짜 목적은 글라스 기브넨이 죽었을 때 일어나는 ‘에르그 붕괴 현상’을 이용해 마족을 공간의 제약 없이 에린에 대규모로 침공시키는 것이었다. 키홀은 우선 자신을 배신한 마우러스의 목숨을 거두었다. 그가 아무리 강력한 마법사라고 한들 혼자서 신의 힘을 대적할 순 없었다. 마법은 본디 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 인간을 멸절하려는 마신 키홀
키홀이 이어서 밀레시안을 공격하려 한 순간, 모리안이 나타나 앞을 가로막는다. 여신의 힘은 비록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었던 탓에 많이 약해져 있었지만, 키홀을 방해할 정도의 여력은 남아 있었다. 이에 키홀은 목적은 이미 이뤘다며 차후를 기약한 채 사라졌다. 모리안은 에르그 붕괴로 만들어진 ‘그림자 세계’가 퍼지는 것을 자신이 막고 있겠다며 밀레시안에게는 에린으로 돌아가 만약의 사태, 즉 마족의 침공에 대비하고 있으라고 주문한다.
이때, 여신의 곁에 낯익은 한 명의 여성이 더 모습을 드러낸다. 여성은 조용히 마우러스에게 다가가 그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숨죽여 울었다. 그녀는 바로 여신의 비호 아래 살아있었던 마우러스의 딸이자 사라진 세 전사 중 한 명인 마리, 현재는 나오 마리오타 프라데이리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었다.
생전에 그토록 그리워했으나, 죽고 나서야 딸과 상봉할 수 있었던 마우러스
밀레시안이 나오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위화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었다. 과거 마우러스의 아내 시라가 이멘마하에서 습격 받았을 당시, 시라는 사슴 부부를 통해 자신과 평소 친분이 있던 티르코네일의 촌장 던컨에게 아이를 맡겼다. 마리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는 이후 던컨의 손에 키워졌고, 레이널드의 훈련 아래 놀라운 재능을 보이며 어린 나이에 어엿한 궁수가 되었다. 그리고 루에리와 타르라크를 만나 티르 나 노이를 찾아 나섰고, 마지막 순간에 키홀의 함정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그녀를 되살린 것은 여신 모리안이었다. 당시 갇혀있던 모리안은 자신의 대리자 겸 소울스트림의 인도자로써 마리를 인간 이상의 존재(신족)로 환생시켰다. 언젠가 자신을 구출할 밀레시안을 에린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나오는 비록 인간이었을 때의 성격이나 감정은 많이 바뀌었지만, 기억은 온전했으므로 마우러스의 죽음에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여신에 의해 나오로 환생했던 마리
한편 사라진 세 전사 중 마지막 한 명, 루에리가 7년 만에 눈을 뜬다. 그의 곁에는 다크로드 모르간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