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2024. 6. 7. 13:03

- 다크나이트

 

BGM: https://youtu.be/hbiqqGXo0jA?si=uFyZZy1sogkgUv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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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들의 침공이 거세지면서 각 지역 던전 내 마족들의 통행을 막던 여신상들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이에 법황청과 왕국은 빛의 기사이자 여신을 구한 자로 명성이 높아진 밀레시안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때부터 밀레시안은 울라 대륙의 모든 던전을 한 번씩 방문해 여신상 복구 작업에 힘을 쏟는다.

 

 

시작부터 던전 뺑뺑이라니

 

 

그동안 루에리는 다크로드로부터 그가 빛의 기사 시절에 애용했던 복수의 검 프라가라흐를 물려받는다. 그리고 비로소 본격적으로 다크나이트로써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루에리가 복수해야 할 대상은 명백했다. 동생을 죽인 원수, 밀레시안이었다.

 

 

결국 다크나이트가 된 루에리

 

 

루에리의 복수를 종용하는 키홀의 목적은 파괴의 여신, 마하의 존재를 각성시킬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2차 모이투라 전쟁 당시 암흑의 화신 크로우 크루아흐에게 살해당했던 여신 마하는 전사들의 의지와 혼을 하나로 모아 같은 의식을 공유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것은 다시 말해 여신의 복수심과 광기를 그녀의 의지를 대리하는 자 하나하나에 깃들게 한다는 것으로써 그 대상이 바로 다크나이트였으며, 그렇게 여신의 권능이 깃든 파괴와 광기의 화신들을 암흑의 군세, ‘도르카 페다인이라 불렀다. 루에리의 최종 역할은 이 강력한 군단 도르카 페다인을 이끌고 직접 인간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이었다.

 

 

물의 도시 <이멘 마하>의 이름은 그녀의 저주를 피한다는 뜻으로 지어졌다.

 

 

하지만 루에리는 그런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 갈등한다. 딱히 인간을 동정해서가 아니었다. 마하를 부활시키기 위해선 환생체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과거 이멘마하의 참극을 불러왔던 마족의 아이이자 자신과 인연을 쌓았던 소녀, 트리아나였기 때문이다. 키홀과 모르간트는 환생체로 태어난 트리아나를 마하로 각성시키고자 했다. 여기서 각성이란 살아있는 별개의 존재에 신의 영혼이 씌이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선택받아 태어난 자가 신의 영혼을 대리하게 되면서 그 신과 완전히 동화되는 것을 뜻했다. 따라서 그때가 되면 지금의 트리아나의 정체성은 지워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갈등하는 루에리

 

 

밀레시안은 모리안으로부터 마하의 강림을 막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트리아나를 마하로 각성시키기 위해선 고대의 마법이라 불리는 리아 파르가 필요했다. 한편 타르라크로부터는 키홀이 마하를 이용해 궁극적으로 암흑의 화신 크로우 크루아흐까지 소환하려 한다는 정보를 전해 듣는다. 마하를 살해했던 장본인이자 신들조차 두려워하는 크로우 크루아흐가 만약 강림한다면 그야말로 인간들에게는 아무 승산이 없었다.

 

크로우 크루아흐 부활의 단서는 반호르로 가는 길목인 가이레흐 지역에 세워진 드래곤 석상에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드래곤을 부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석상을 통해 잠들어 있는 드래곤을 깨우거나, 드래곤과 계약을 맺은 자가 약속한 제물을 주거나.

 

 

유적지에서 알바 2명이랑 쉴 새 없이 곡괭이질만 하고 있는 셰이머스

 

 

밀레시안은 이 모든 음모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마침내 트리아나가 묶여있는 각성의 제단 앞에서 다크나이트 루에리와 조우한다. 루에리는 밀레시안에게 망설임 없이 칼을 겨누었다. 그러나 곧 그 곁에 선 자들을 보고 당황한다. 바로 그의 옛 친구들, 타르라크와 나오였다.

 

 

7년 만에 재회한 세 용사

 

 

타르라크는 루에리가 마음을 돌리도록 설득을 시도했다. 하지만 키홀이 두고 보지 않고 그를 해하려 했고, 이를 막아선 것은 바로 루에리였다. 결국 루에리가 마음을 돌린 것이다. 옛 친구들의 호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트리아나에 대한 연민이 크게 작용했다. 트리아나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고 했었으나 루에리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그놈의 운명이란 것을 부정했다.

 

루에리에 의해 리아 파르마저 파괴되자 키홀의 마하 각성 계획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하지만 키홀은 한 가지 계획을 더 갖고 있었다. 바로 드래곤과의 계약물로 거래를 해놓은 자, 루에리를 이용해 크로우 크루아흐를 소환하는 것이었다.

 

 

크로우 크루아흐 강림의 제물로 계약되었던 루에리

 

 

그런데 이때, 여느 때처럼 여신 모리안이 뒷북치며 나타난다. 모리안은 키홀에게 어찌 그렇게 잔인할 수 있냐며 그를 비난했다. 하지만 키홀은 코웃음친다. 그리고는 오히려 모리안이 인간들을 속이고 있다며 에린에 관한 충격적인 진실을 밝힌다. 인간들이 그렇게 찾아헤매던 낙원 <티르 나 노이>가 실은 이미 인간들이 살고 있던 바로 이 땅, 에린이라는 것이다. 인간들은 이미 낙원에 살고 있으면서 헛된 꿈을 품고 있었고, 모리안은 그걸 알면서도 인간들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이 키홀의 주장이었다.

 

마족들이 현재 살고 있는 저 세상은 매우 고통스러운 세계였다. 그런데 낙원을 독차지하고도 멍청하게 모리안에게 속아 끝없이 탐욕을 버리지 못하는 인간을 키홀은 말살하고 싶었다. 선과 정의를 핑계로 밀레시안을 이용하는 위선자 모리안은 더더욱 증오의 대상이었다. 궁극적으로 키홀은 티르 나 노이(에린)를 마족의 세계와 합쳐 자신들 세계를 낙원으로 만들고자 했다.

 

 

낙원의 진실과 모리안의 위선을 폭로하는 키홀

 

 

키홀의 이야기를 들은 타르라크는 멘붕에 빠진다. 사실 모리안이 말을 안 했을 뿐,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침묵해서는 안됐다. 그동안 수많은 전사들이, 결코 실현될 수 없는 낙원의 강림을 위해 죽어왔기 때문이다. 키홀의 폭로에 당황한 모리안은 그의 이야기를 부정하며 닥치고 키홀을 봉인하려 든다. 하지만 키홀은 끝내 크로우 크루아흐를 소환한다.

 

 

다시 말하지만 크로우 크루아흐는 드래곤 종족이 아니라 단지 그 형상을 취하고 있을 뿐.

 

 

밀레시안은 혼신의 힘으로 크로우 크루아흐를 상대했다. 하지만 그가 쓰러뜨린 것은 석상이었다. 석상이 부숴진 후 크로우 크루아흐의 본체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자, 밀레시안은 이번엔 감히 상대할 엄두조차 내기 힘든 위압감을 느낀다. 신들조차 두려워하는 절대 암흑 노이타르 아라트의 화신. 그런데 다행히도, 크로우 크루아흐는 모든 것을 닥치고 멸하려는 파괴적인 면모를 가진 존재는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을 깊은 눈으로 통찰하는 현자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크로우 크루아흐는 현재 반목하고 있는 인간과 마족에 대해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목소리로 밀레시안에게 좀 더 정신적으로 성장하기를 충고한 후, 쓰러진 루에리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선악을 초월하는 진지충 고결한 모습을 보인 크로우 크루아흐

 

 

이때 크로우 크루아흐는 사라지기 전 밀레시안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몇 가지 남긴다. 티르 나 노이는 마족의 땅과 에린을 오간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의 세계는 로 인해 바뀌게 될 거라는 마치 예언 같은 말이었다. 이즈음 밀레시안은 과거의 루 라바다처럼 내면의 갈등을 겪고 있었다. 여신에게 배신당한 충격 때문이었다. 한동안 밀레시안은 팔라딘과 다크나이트의 길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확실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건 이제 밀레시안은 여신의 꼭두각시 노릇은 하지 않을 거란 것이었다.

 

 

좀 더 자주적인 시각으로 세상으로 바라보기로 한 밀레시안

 

 

이로써 마하의 부활과 에린 침공 계획은 저지되었다. 모르간트는 트리아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고, 키홀과 모리안도 종적을 감췄다. 에린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꿈꾸던 낙원 티르 나 노이에 이미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여전히 평화롭게 살아갔다. 그들이 파괴되었던 여신상을 다 함께 복구하며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고 밀레시안은 인간이 비록 때로 서로 미워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또한 한정된 시간 속에서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는 생각에 진실을 숨겼던 모리안을 일면 이해하기로 했다.

 

 

일상으로 돌아간 에린

 

 

밀레시안은 에린에 온 뒤로 많은 일들을 겪었다. 하지만 이는 그가 앞으로 겪을 수많은 여정의 첫걸음일 뿐이었다. 그동안의 모험담은 훗날 에일리흐 왕국 전역에 울려 퍼질 음유시인들의 노래, ‘마비노기에 기록될 첫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