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입우편 - 말랭
(보내는 이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편지다. 약간의 비를 맞은 것 같은 흔적이 있는 봉투 안쪽엔 편지지와 보석 하나가 들어있다. 필기체와 같이 어른스러운 글씨체가 샤프하게 적혀있다.)
친애하는 말랭.
오랜만의 연락입니다.
최근 교역을 하지 않아 딛지 않았던 이리아 대륙이 그리워 다녀왔습니다.
그 산맥은 높았고, 대륙의 끝에 서 보는 에린의 하늘은 공허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별이 찬란히 빛나고 있었으니, 여우님께서도 시간이 되신다면 한 번 다녀와 보세요.
그곳엔 검은 들개도 있고, 흰 머리의 라마도 있습니다. 다른 밀레시안의 발이 잘 닿지 않아 에린의 시간을 먹고 거대해진 동물도 몇 있더군요. 땅엔 긴 꼬리 짐승의 문양도 새겨져 있었습니다. 말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눈치 채셨을까요?
저는 마나터널들의 사이에 있는 올라가는 언덕길에서 하늘을 보았는데, 당신은 어느 하늘을 보실지. 비 소식을 몰고 오는 흐린 구름과 함께 이번의 편지를 마무리합니다.
ps. 여행을 하다 보니 어느샌가 가방에 들어있었습니다. 강렬한 색이 어린 여우를 닮은 것 같아 선물로 동봉합니다.
(*동봉: 레드 헬리오도르)
(살짝 꾸깃해보이는 편지다. 펼쳐보니 은은한 풀내음과 함께 커다랗고 동그란 글씨가 보인다.)
안녕!
한동안 편지가 안오길래 잊은줄 알았어
다시 소식이 닿으니까 기뻐
웅... 그 문양이 그려진곳이 있다구 들었던거같은데
사실. . 몰라
지도보는법어려워잉
그래도 이쁜 하늘 봤더니 즐거웠
난 오늘 꽃이 가득한 곳에 갔었는데
거기서 이거 발견했어!
네잎클로버 갖구있으면 행운을 준대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너에게 딱이지 그렇지!
아참 보석선물 고마어
동그랗구.. 반짝여서 조아
헤헤 보물함에 소중히 넣어둬야지
언제나 즐거운 하루 보내!
난 이제 저녁먹으라구 불러서 가봐야겠다
바바
ps편지자주보내조
(*동봉: 네잎 클로버)
친애하는 말랭.
저는 누베스 산맥에 들렀었습니다.
이후 필리아로 향하며 아크 리치를 보러 갔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에린에 왔었을 때 다난의 부탁으로 한 번 왔었던 곳인데 묘한 미시감이 들더군요. 메투스 협곡 제일 안쪽에서 검은 오오라 같은 게 나오는 걸 알고 계신가요?
어느덧 삼하인이 가깝습니다.
삼하인은 생과 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기라고들 하죠. 많은 이야기가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린 여우께서는 기억 나는 삼하인 전야의 이야기가 있을까요?
ps. 주신 걸로 행운의 포션을 만들었는데 우편 전송이 불가한 품목이라고 합니다. 대신 오랜만에 그려본 그림을 동봉합니다.
(*동봉: 아크리치가 그려진 종이)
삼하인 편지 ... 뭐라고 보냈는지 잃어버림...
(*동봉: 할로윈 호박 젤리 - 별 5성)
안녕!
삼하인에는 죽은 자들이 살아돌아온대
그런데 내 생각에 그게 밀레시안처럼 느껴지거든
...아닌가?
하여튼!
젤리 고마어
보답으루 내가 구운 꾸키 줄게
음 보기만하고 먹진 마
알겠지??
담에.. 더 잘구워줄게
그럼난이만!
담에 연락할때까지 즐겁게 지내
(*동봉: 할로윈 부엉이 쿠키 - 별 1성)
친애하는 말랭.
그렇게는 생각해 본 적 없지만, 확실히 밀레시안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살아돌아올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카브 항구에 사는 다난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그 이후엔 그곳에 가보지 않았지만요.
저는 오랜만에 울라 대륙을 밟았습니다. 방치해두었던 농장도 가꾸었고, 견습 기사들의 훈련 상황도 둘러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달빛이 깃든 섬을 발견했어요. 그곳엔 주민이라는 개념 하 다난들을 초대할 수 있는 모양이더군요. 섬이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추게 된다면 어린 여우님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어린 여우께서는 삼하인 이후 무얼 하며 지내고 있으신가요?
ps. 주신 쿠키는 잘 먹었습니다. 독특한 맛이 나더군요. 제가 만든 건 아니지만, 섬의 주민인 다난이 만들어준 음식을 함께 보냅니다.
(*동봉: 과일 모둠 - 별 3성)
안녕!
우와 농장도 가꿨는데 섬까지??
부자다
꼭 초대해줘야해
내가 선물도 들고갈게
달빛이 깃든 섬이라니.. 어떻게 꾸몄을지 기대돼!
난 요즘 요리연습중!
저번에 준 그거.. 먹었다니 갑자기 미안해지네..
더 맛있는걸 주고 싶어서 열심히 만들고 있어
아직 실력이 좀 그래서.. 선물은 요리재료로 보내
아 참
저번에 마을에 내려갔었는데
아무도 내가 여우인걸 못알아챘어
꼬리랑 귀도 달고있는데 밀레시안인줄 알더라구
밀레시안인척 하는게 도움될까 싶어서
적극적으로 부정은 안했는데 잘한 행동일까?
저한테 부탁해도 들어줄 수 없다구요!
그럼 이만 줄일게
언제나 행복하길~
(*동봉: 부추)
(굉장히 커다란 글씨가 흥분한듯 쓰여있다.)
안녕!!!!!
이것봐 짱이지
내가낚은거야
대박이지
멋지지
이얏호!
(*동봉: 은어)
친애하는 말랭.
격조했습니다. 동봉해주신 것들은 잘 도착했습니다. 기쁘게 낚은 은어를 받게되어 영광입니다. 잘 보관해두고 싶었으나 상해버릴 듯하여 소금구이를 만들었어요.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어린 여우님의 요리를 대접받을 날도 머지 않아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에게 여느 밀레시안처럼 보이고 싶으셨다면 감히 칭찬해드리겠으나, 아직은 어린 여우께서 벌써부터 연기를 시작하셨다니 그들의 부탁과는 별개로 마음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하루의 작은 거짓이 후에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여우님께서 그것을 바란다면 그렇게 되도록 응원하겠습니다.
최근 밀레시안들 사이에선 룰렛 돌리기가 유행하는 듯합니다. 솜사탕이 유명하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말랭께서도 참여해보세요.
ps. 먼저 보내주셨던 부추는 확인이 늦어진 탓에 시든 상태였습니다. 죄송함을 표하며, 떡을 보냅니다. 가래떡이나 막대과자를 주고받는 날이 있다고 어느 밀레시안에게서 들었어요.
(*동봉: 하얀 떡 - 별5성)
※두 번째 문단 전달 실패
안녕!
즐거운 저녁이야
보내준 떡 잘먹었어
불에 구워다 꿀찍어먹었지롱
쫄깃하구 달달해서 맛있더라
네가 보내준 편지를 읽었는데
오는 도중에 편지가 비에 젖었는지
두번째 장 끝부분이 지워졌지 뭐야..
그래도 날 있는힘껏 도와준다는 내용이었겠지?
그럴거라고 믿어
이런 친구가 있다니 너무 ─
룰렛돌리기 말인데
나... 솜사탕부자가 되었어
다들 룰렛돌리고선 나에게 솜사탕을 주더라구
뭘까.. 나야 주면 좋긴한데
근처의 모두가 솜사탕을 들고있어
알고보니 밀레 사이의 유행?!
요즘 악기에 관심이 생겼어
하프소리에 반했거든
지금은 기본적인 연주만 하고있지만
언젠가 잘 치는 날 ─
잘 연주하게되면 깜짝 하프연주회를 열건데
그때 연주할 곡을 너에게만 미리 알려줄게
하프를 다룰 수 있다면 한번 연주해봐!
담에 또 편지할게
p.s. 연주할때 빨갛게 물들수있는데 놀라지마..
왜그렇게되는진 모르겠는데 해로운건 아니래!
(굉장한 기교가 들어간 하프악보가 첨부되어있 ─
※마지막 문단 편지 손상
─새하얀 봉투의 테두리를 따라 황금의 잉크로 그려진 연속된 나뭇잎 무늬가 보인다. 편지는 막 도착한 것처럼 깨끗했으며, 붉은색 실링으로 섬세하게 동봉되어 있다. 실링을 자세히 보면 어린 여우의 모습이 담겨 있다.
(첫 번째 장)
친애하는 말랭.
보내주신 편지의 일부분이 훼손된 상태로 도착했습니다. 아마 오랜 시간 확인하지 않아 그런 듯해요. 온전히 전달받지 못해 죄송합니다, 말랭. 비록 모서리가 찢어졌으나 이 종이 또한 이전의 편지과 함께 소중히 보관하겠습니다.
단 것은 좋아하시나요?
근래 아르간텔이라는 상단이 타라의 남쪽에 잠시 정착했습니다. 기념으로 티르 코네일 은행 옆에 솜사탕을 판매하니, 좋아하신다면 그것 또한 즐겨보세요. 설탕이 떨어질 때마다 색을 바꾸는 듯하니 타이밍 좋게 좋아하시는 색의 솜사탕을 얻으실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이가 상하지 않게 조심하세요.
새로운 관심사가 생기셨다니 축하드립니다. 편지를 보내주시고 시간이 조금 흘렀으니 답장을 받아보실 때 즈음엔 요리도, 연주도 잘하게 되셨을까요? 악보를 보니 쉽지 않아 보입니다. 추후 어린 여우님을 만날 날이 기대가 됩니다.
알고 있는 것을 적어보자면, 붉게 물드는 건 악보 자체에 담긴 효과입니다. 음악과 작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악보를 작성할 때 그런 것을 담을 수 있다고 해요. 밀레시안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다난들의 경우는 잘 모르겠어요.
(다음 장)
새로운 이야기지만, 말랭께서는 신기한 존재에 흥미가 있으신가요?
타라의 상단 구경을 하며 그곳에 모인 다난들이 입 모아 말하더군요. 신비로운 여성을 보아서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이에요. 어느 정도의 매력이길래 무례함을 무릅쓰고 초면의 사람을 찾아 다니는지 궁금했는데 우연으로 해당 일행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티르 코네일에 도달한 그들을 말랭께서는 만나셨나요?
그들에게서는 기시감이 느껴졌습니다. 대화를 들어봤을 때, 밀레시안처럼 어딘가의 흐름을 타고 다른 세계에서 에린으로 들어온 것 같았어요. 아직까진 위험한 부분을 찾지 못했지만, 혹 가까이 다가갈 일이 있으시다면 부디 조심하세요.
ps. 저는 최근 과거의 기억을 되새겨보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일이라 흐릿해서요. 두 가지 일을 한 번에 하려니 평온했던 에린 생활이 바빠진 듯한 기분입니다. 우편은 자주 보도록 노력할 테니 연주회가 열린다면 부디 불러주세요.
─새하얀 봉투의 테두리를 따라 황금의 잉크로 그려진 연속된 나뭇잎 무늬가 보인다. 편지는 막 도착한 것처럼 깨끗했으며, 붉은색 실링으로 섬세하게 동봉되어 있다. 실링을 자세히 보면 어린 여우의 모습이 담겨 있다. 받는 이의 이름만 적혀있을 뿐, 보내는 이의 이름은 공백 상태이다.
(첫 번째 장)
친애하는 말랭.
보내주신 편지의 일부분이 훼손된 상태로 도착했습니다. 아마 오랜 시간 확인하지 않아 그런 듯해요. 온전히 전달받지 못해 죄송합니다, 말랭. 비록 모서리가 찢어졌으나 이 종이 또한 이전의 편지과 함께 소중히 보관하겠습니다.
단 것은 좋아하시나요?
근래 아르간텔이라는 상단이 타라의 남쪽에 잠시 정착했습니다. 기념으로 티르 코네일 은행 옆에 솜사탕을 판매하니, 좋아하신다면 그것 또한 즐겨보세요. 설탕이 떨어질 때마다 색을 바꾸는 듯하니 타이밍 좋게 좋아하시는 색의 솜사탕을 얻으실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이가 상하지 않게 조심하세요.
새로운 관심사가 생기셨다니 축하드립니다. 편지를 보내주시고 시간이 조금 흘렀으니 답장을 받아보실 때 즈음엔 요리도, 연주도 잘하게 되셨을까요? 악보를 보니 쉽지 않아 보입니다. 추후 어린 여우님을 만날 날이 기대가 됩니다.
알고 있는 것을 적어보자면, 붉게 물드는 건 악보 자체에 담긴 효과입니다. 음악과 작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악보를 작성할 때 그런 것을 담을 수 있다고 해요. 밀레시안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다난들의 경우는 잘 모르겠어요.
(다음 장)
새로운 이야기지만, 말랭께서는 신기한 존재에 흥미가 있으신가요?
타라의 상단 구경을 하며 그곳에 모인 다난들이 입 모아 말하더군요. 신비로운 여성을 보아서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이에요. 어느 정도의 매력이길래 무례함을 무릅쓰고 초면의 사람을 찾아 다니는지 궁금했는데 우연으로 해당 일행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티르 코네일에 도달한 그들을 말랭께서는 만나셨나요?
그들에게서는 이질감이 느껴졌습니다. 대화를 들어봤을 때, 밀레시안처럼 어딘가의 흐름을 타고 다른 세계에서 에린으로 들어온 것 같았어요. 아직까진 위험한 부분을 찾지 못했지만, 혹 가까이 다가갈 일이 있으시다면 부디 조심하세요.
ps. 저는 최근 과거의 기억을 되새겨보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일이라 흐릿해서요. 두 가지 일을 한 번에 하려니 평온했던 에린 생활이 바빠진 듯한 기분입니다. 우편은 자주 보도록 노력할 테니 연주회가 열린다면 부디 불러주세요.
- 편지봉투가 몇 겹씩 두껍게 편지지를 감싸고 있다. 여러겹의 편지봉투를 벗겨내면 조그만 편지지가 보인다. 테두리에 붉은꽃이 그려진 편지지에는 동그란 글씨가 한가득 쓰여있다. 신경써서 쓴 듯 하지만 여전히 글씨가 삐뚤빼뚤하다.
1.
안녕!
잘지내?
최근의 난 단걸 너무 먹어서 금지령이 떨어졌어
...딱히내잘못은아닐걸??
그래두 네가 소개해줬으니 솜사탕 먹으러가야지
내 보호자도 이건 허락해줄거야
어 음 으음..
요리랑 연주.. 잘... 해!
우연히 만나더라도 자장가는 연주해줄 수 있어
붉게 물드는 악보?
생각해보니 밀레시안들이 연주하면 반짝이거나 색이 보였던 거 같아
그거 본인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선택해서 넣는게 아닐까?
만약 네가 악보를 만든다면 분명 노란색으로 빛나겠지
2.
신기한존재... 궁금해! 새로운거 조아 완전 신나
(유독 커다란 글씨로 쓰여있다)
티르 마을에 도착했다고? 바로 간다
나도 만나서 이야기해봐야지
다른 세계에서 왔다면 신기한 걸 보여줄지도 몰라!
그래두 걱정마 혼자서는 안갈테니까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잘 알구있어
3.
난 요즘 교역에 따라다니고있어
그동안은 위험하다면서 같이 못갔는데
드디어!! 허락해줬지뭐야
이것저것 조건이 많긴했는데
헤헤.. 하나두 기억이안나
최근엔 던바튼에서 이멘마하로 다녀왔었는데 거기 마을이 정말 예뻤어
물과 함께하는 도시라니 알고보면 요정이 살고있는거 아냐?
거기다 밤이 되면 여러 색으로 빛나고 공연도 하는데 너무 즐겁더라
다음엔 어떤 마을에 들리게될까?
과거의 기억을 보는건 좋지만 너무 빠져들지마? 음 과거는 이미 지나간거야
머라구 말해야할지 모르겠네
대충 알지??
그럼 이만
건강히지내!
ps. 이번 편지는 부디제발정말로 멀쩡히 도착하길
혹시 몰라서 엄청 감싸뒀어
두꺼워서 편지 내용이 많을거라 기대했다면 미안!
─동그랗게 말린 두 장의 종이가 보인다. 종이의 중앙 부분을 감싼 쨍한 주홍빛의 실크 끈은 리본으로 예쁘게 매여져 있다. 매듭을 풀어내면 샤프한 펜촉으로 적힌 필기체로 글이 적혀 있다.
(첫 번째 장)
친애하는 말랭.
봉투가 두툼해서 편지 외에 다른 게 들어있는 줄 알았습니다. 훼손된 편지를 신경 써주셨다니 감사해요. 말랭 덕분에 말끔한 편지를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금지령을 받으셨군요... 많이 들으셨을 것 같은 잔소리를 하자면, 단것만 너무 먹으면 건강이나 치아에 좋지 않으니 야채나 과일 같은 것도 잘 챙겨드시길 바랍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양치도 잊지 마세요. 금지령이 풀린다면 기념으로 달달한 것을 만들어드릴게요.
그분과 이야기는 해보셨나요? 그 이후로도 지켜봤었는데 꽤나 재밌는 분이셨습니다. 물론 누군가를 따라다니는 건 귀찮았지만요. 그저 소소한 마법에 흥미를 갖고 계신 분이신 듯하니, 어린 여우님께서 가까이 해도 괜찮을 듯해요. 마법에 흥미가 있다면 배워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장)
이멘 마하는 아름답죠. 한번 잘 찾아보세요, 말랭. 근처의 섬에 요정이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교역품을 납품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일이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면 즐겁고 추억이 되는 것이 교역입니다. 저도 때때로 하곤 해요. 어린 여우님만 괜찮으시다면 다음에 만났을 때 교역을 해볼까요? 저는 주로 이리아 대륙까지 나가곤 합니다만, 먼 거리를 이동하기에 더욱 새롭답니다.
그때의 자장가 연주 또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곡은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 적어드릴게요. 악보에 효과가 담길지는 모르겠지만요. 말랭께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나날을 맞이하고 계신 것 같아 편지를 읽는 저에게까지도 흐뭇함이 전해집니다.
최근엔 잠시 쉬고 있습니다.
─펜촉의 잉크가 점을 찍은 형태로 몇 개 나열되어 있다. 고민의 흔적인 것 같다.
어린 여우님께서는 잘 기억나지 않는 어릴 적 기억들을 어떻게 하시나요? 추억과 같은 것을 시간의 섭리에 따라 그대로 잊혀지게 두는 게 좋을까요.
마음이 추운 시기입니다. 첫째는 안전, 둘째는 건강입니다. 어린 여우님의 새로운 여정을 늘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당신의 친구로부터.
-동그란 뭉치에 빨간 리본이 매여있다. 리본에는 노란 여우꼬리 모양의 나무판이 달려있다. 리본을 풀면 작은 메모장 여러 장이 들어있다.
1.
안녕안녕
헛
교역을 같이??? 좋아!!!!! 약속한거다? 그때쯤이면 내 금지령이 풀렸을테니 당분간 마싯는거 들고다니기야
날 언제 만날지 모르잖아??
그사람.. 일행이 있어서 대화는 못해봤어.. 엘프같았는데 몬가.. 낯설달까...
이건 너에게만 말하는 건데 그 일행 전부 우리들과 다르게 생기지 않았어? 다른 재료로 만들어진 생명같았어
2.
어릴 적 기억이라
난 흘러가는대로 가만히 냅두고있어
기억이 안나는게 아쉽긴 해도 그 자리에 새로운 기억을 채워넣으면 되니까!
편지를 받을때마다 너무 기분좋아
날 이렇게나 아껴주는 친구가 있다니 완전 행복말랭이야
3.
궁금한게 있는데 넌 잘때 푹 자는편이야? 웬만해선 안깨려나??
난 한번 잠들면 누가 들고가도 깨지않거든
그랬더니 눈감기 전이랑 후랑 다른 곳에 있을 때두 많아
자다가 중간에 일어나는걸 어떻게 하는거람
그리구 자는 사람을 깨울 때 어떻게 깨워?
가끔 내 보호자가 늦게일어날때가 있는데 그러면 난 집 밖의 눈을 뭉쳐다가 날려
그러면 금방 깬다? 짱이지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조
이번 편지의 마무리 인사는 이거로 해야겠다
잘자!
꿈의 요정이 너에게 찾아가길 바라
─투명한 케이스에 빈틈없이 담긴 쿠키 세트가 우편함에 놓여있다. 함께 묶여있는 것은 발신인이나 수신인 정보가 적혀있지 않은 새하얀 편지 봉투다. 안에는 엽서 재질의 두툼한 종이가 한 장 들어있다. 앞면엔 이리아 대륙 전체의 스케치가 그려져 있으며, 뒤집으면 보면 세로 방향으로 적힌 작은 글씨들이 보인다.
친애하는 말랭.
(고민한 듯한 검은 잉크의 점 몇 개가 찍혀 있다.) . . .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외관을 유심히 보진 않은 것 같습니다. 다른 재료.. 잘 모르겠어요. 다만 마법을 아주 좋아하는 한 명과 그녀의 여행 동료였다는 것만 남아있습니다.
q. 그분이 다른 재료로 만들어졌다면 우리는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을까요? 어린 여우님의 표현이 신기하여 질문 남깁니다.
개인적으로 인기척이 다가오면 바로 깨는 편입니다. 별개로 방해가 없다면 수면 시간 자체는 깁니다. 푹 자는 건 좋은 일이나 그 정도로 일어나지 않는다면 반드시 보호자와 있을 때 잠드세요. 혹시나 있을 상황이 걱정됩니다.
말랭은 어떻게 일어나나요? 보호자 분이 말랭을 깨우는 방법이 제일 효과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깊게 잠든 말랭을 깨운 방법이니까요. 저는 다른 이를 깨워본 적이 없어 그리 독창적인 방법은 모르겠습니다.
최근 이리아 대륙을 오가는 일이 잦아 간단하게나마 스케치를 담았습니다. 교역 중 이리아 대륙을 가보셨나요? 발레스의 낮이나 필리아의 밤은 추울 수 있으나 어쩌면 아직 찾지 못한 것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ps. 금지령은 풀렸을까요? 상할 우려가 있어 약속한 것을 우편과 함께 미리 보냅니다. 이가 썩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동봉: 필리아 쿠키 세트)
- 여우꼬리 도장이 찍혀있는 꽤 커다란 봉투가 우편함에 힘겹게 들어있다. 봉투를 열어보면 노란 꽃다발과 편지지가 보인다.
(첫 문장이 커다랗고 굵은 글씨로 적혀있다)
쿠키다!!!!!!!!
쿠키 고마워 쿠키 맛있어 쿠키 최고야
너무 맛있어서 한 개를 먹을때마다 음미하면서 먹는중이야... 이 맛있는게 먹으면 사라진다니... 믿을 수 없어..... 덕분에 하루에 두개씩만 먹고있는거 알아? 맛있는 간식은 절제를 길러주는 것 같아.. 한번에 먹고 끝내기엔 너무 맛있었다
같은 재료냐구? 웅 나는 그렇게 생각해
내가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가... 뭔가 끌리는 느낌이 들었거든 으으으음 그걸 설명하자면 폭닥한 느낌? 커다란 쿠션에 우다닷 달려가서 폭 하고 들어간 느낌? 설명하기 어렵네..
내가 깨는 방법! 다 잔 것 같을 때 눈을 뜬다!
내 보호자는 날 깨우기보단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야
부득이하게 깨워야한다면 날 살짝 흔들면서 불렀던거 같아
신기하게도 보호자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면 의식이 생기더라구
이게 본능이란 걸까
안그래도 스케치부터 봤는데 엄청 잘그렸더라! 가만두기엔 너무 아까워서 액자에 담아서 장식해뒀어
사실 내 집이 발레스 쪽이라 새하얀 눈은 많이 봤는데 구석구석을 둘러보진 못했어 조금만 더 자라면 집 주변부터 탐방해보려고해
혹시 모르지 내가 보물을 발견할수도?? 만약 그렇게 된다면 너에게도 나눠줄게! 넌 내 소중한 친구니까
ps. 그러고보니 너는 어떤 보물이면 좋을 것 같아? 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오렌지가 나오면 좋겠어 이왕이면 집만큼 커다란 크기로!
같이 보내는 꽃다발은 전에 꽃밭에 갔을 때 만든거야
딱 네가 생각나는 꽃이 피어있더라?
네게 선물하고싶은데 중간에 시들면 어쩌지 고민하니까 보호자가 방부?처리?라는걸 했으니 영원히 지금 상태일거래!
요즘 세상은 정말 신기하구나
그럼 이만
즐거운 하루 보내
안녕!
(노란 꽃다발을 보내요)
─비어있던 특별한 우편함에 반짝이는 노란색의 종이가 여러 장 놓여있다. 끈으로 묶여있지도 어딘가에 동봉되어 있지 않은 금색 종이엔 글자가 적혀 있으며 그 위로는 유리병 하나가 종이를 고정하듯 올려져 있다.
(첫째 장)
친애하는 말랭.
오랜만입니다. 지내다 보니 보내드린 쿠키가 다 떨어지고도 한참 지난 시간이 되어서야 연락을 전합니다. 사죄의 뜻으로 당분간의 우편은 부엉이가 아닌 제가 직접 우편함에 편지를 놓겠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서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요리나 연주 연습은 진척되고 있을까요? 저는 이리아 대륙 중에서도 사막 한가운데 부근에 있었습니다. 다난들의 이야기에 발을 담그다 보니 저절로 도착하더군요. 그곳에서 푸른 자이언트 하나와 대치하게 되었는데. . . 이곳의 시간으로 한 달 정도를 붙잡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를 이긴 후 이 우편함 앞에 선 것이 가장 최근의 기억입니다.
온천에도 한 번 갔었는데 원숭이가 이것을 주었습니다. 초대장으로 보입니다만, 편지 아래에 함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둘째 장)
이전 편지에 대한 답입니다.
여러 번 읊어보았지만 폭닥한 느낌이 무엇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요, 말랭. 친근감이나 이끌림 같은 거였을까요? 어쩌면 동물의 영혼끼리 통하는 게 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말랭의 말대로 우리가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다면 그건 정말 신기하고도 . . . 따스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오렌지를 좋아하시는 듯하여 오렌지로 만든 달콤한 것을 만들어 놓아둡니다. 탐방은 해보셨을까요? 편지를 적는 내내 고민해 보았는데 제게 따로 바라는 보물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말랭의 집 근처에서 거대한 오렌지가 나오길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만약 찾게 된다면. . . 오렌지 주스를 마시러 오라고 초대해주세요.
여우님께선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비록 에린의 시간을 기준으로 하였으나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던 만큼 그동안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셋째 장)
꽃다발은 잘 받았습니다. 색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오래도록 간직하며 다니겠습니다. 저도 가방을 열어 찾아보았는데 말랭 만큼이나 강렬하고 아름다운 색을 지닌 물건은 찾기 어렵더군요. 에린에 존재하긴 할까요? 여우님의 색은 밀레시안 사이에서도 매우 드문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우러지기도 쉽지 아니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바라건대, 말랭이 지닌 색은 제가 아는 선에서 만큼은 말랭이 유일무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조만간 울라 대륙을 밟을 예정입니다. 오랜만에 가는 것이지만 필리아에서 채 마치지 못한 일이 있어 또 금방 되돌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때가 되면 설원의 눈을 밟으러 발레스에 들르겠습니다.
그럼 이만 편지를 줄이겠습니다.
여우님의 앞에 아름다운 하늘의 풍경이 펼쳐지기를.
(*동봉: 청첩장인 것 같으나 이상한 언어가 적혀 있는 종이..?)
(*동봉: 오렌지 마멀레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