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자 영웅 (G9~G10)
BGM: https://youtu.be/cAulTkj2sqk?si=wMz4GKYeFkhd6d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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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아에서 돌아와 쉬고 있던 밀레시안에게 한 장의 편지가 도착한다. 에일리흐 왕국의 친위대장 팔론이 보낸 징집 소환장이었다.
영장 나왔다~
최근 에린에는 ‘그림자 세계’라 불리는 어둠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었다. 그림자 세계란 밀레시안이 글라스 기브넨을 상대하던 당시 일어난 에르그 붕괴로 인해 마족들이 존재하는 저 세상과 에린을 오가는 통로로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처음엔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미한 크기였으나 밀레시안이 이멘마하와 이리아를 오가며 활약하는 동안 점차 확장되어 현시점엔 아예 또 다른 세계를 만들 정도가 되었고, 그 너머에서 포워르의 침략이 예상되자 에일리흐 왕국이 긴급히 에린 전역에 군사를 소집한 것이다. 에일리흐 왕국은 밀레시안 뿐만 아니라 이리아의 엘프와 자이언트에게도 원조 요청을 했다. 그리하여 파견된 것이 그라나트가 이끄는 엘프 원정대, 그리고 카르펜이 지휘하는 자이언트 원정대였다.
울라 대륙 스토리에도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엘프와 자이언트
에일리흐 왕국의 군사를 이끄는 팔론은 선발대를 데리고 먼저 그림자 세계로 향했기 때문에 원정대 캠프에는 안드라스 부관이 남았다. 이들은 울라 대륙 북부에 위치한 연금술의 도시 <탈틴>에 모여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탈틴은 과거 2차 모이투라 전쟁 당시 마족의 침입에 대비한 방어선 중 하나였기에 매우 견고하고 높은 성벽을 가진 곳이었다.
그림자 세계가 처음 발견된 연금술의 도시 <탈틴>
탈틴에 도착하여 안드라스의 안내를 받은 밀레시안은 보급품을 챙기고 곧장 그림자 세계로 향했다. 그러나 팔론의 선발대는 이미 전멸한 상황이었고, 제너라는 이름의 여성만이 홀로 살아남아 있었다. 제너는 금세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최근 실종된 연금술사 레이모어와 케이에 관련된 용의자로 수배된 자였다.
레이모어는 그림자 세계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그 위협을 경고했던 왕실의 연금술사로, 국왕의 명에 따라 동료 케이와 함께 그림자 세계로 첫 조사 임무를 나갔던 자였다. 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연금술’은 본래 마족의 기술이었기에 신의 뜻에 위배된다며 이들을 적대하는 반 연금술 비밀 결사대 ‘성전 기사단’이라는 단체가 존재했다. 제너는 바로 그곳 소속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성전 기사단의 배후에는 법황청이 있었다. 법황청은 에린 전역에 퍼져 있는 ‘라이미라크 교단’을 총괄하는 곳으로 국왕조차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권력 집단이었다.
이번 챕터의 주인공 3인방 레이모어, 제너, 케이.
밀레시안은 최근 룬다 던전에 성전 기사단의 비밀 지부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잠입했다가 우연히 그곳에 감금되어 있는 제너를 다시 만나게 된다. 사실 제너는 성전 기사단의 일원으로 레이모어를 제거하라는 임무를 받은 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레이모어는 그녀가 어릴 적 이멘마하의 참극 당시 부모님을 잃고 힘들어하던 시기에 함께 지냈던 소꿉친구였기에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 그 후로 제너는 성전 기사단의 명분과 의미를 고민하다 결국 기사단을 탈퇴했고, 따라서 그녀는 레이모어의 실종과 관련이 없었다.
어릴 적 특별한 인연을 가진 레이모어와 제너
이후 밀레시안은 케이의 스승이었던 드루이드 베이릭시드와 인큐버스 엘라하를 찾아가 조사 끝에 케이의 과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게 된다. 사실 그들이 실종된 원인은 케이에게 있었다.
마우러스의 스승이기도 한 베이릭시드와 혼자 살아가는 마족 엘라하
과거 드루이드였던 케이는 베이릭시드의 딸과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그녀가 죽고 나서부터는 마법이 아닌 연금술에 매달렸다. 드루이드의 마법은 케이가 원하는 것을 이뤄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발견한 것이, 바로 그림자 세계에서 발견한 ‘칼리번’이라는 아티팩트였다. 케이는 레이모어와 함께 그림자 세계를 조사하던 중 마족들이 갖고 있던 칼리번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힘을 이용한다면 죽은 사람조차 살려내는 게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사랑하는 연인을 반드시 되살리고 싶었던 케이는 결국 레이모어를 배신하고 마족들의 편에 들어가 한동안 칼리번을 연구했다. 그러나 어떠한 연구를 해보아도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것만은 불가능했다. 좌절한 케이는 마족에게도 등을 돌렸고, 그렇게 그는 인간들의 세계에도, 마족들의 세계에도 가지 못하고 그림자 세계를 떠돌게 됐던 것이다. 레이모어 역시 그림자 세계를 헤매며 케이를 찾고 있었다.
연금술과 칼리번의 힘으로 죽은 연인을 되살리고 싶었던 케이
계속해서 그림자 세계를 조사한 밀레시안은 곳곳에서 2차 모이투라 전쟁 당시 크로우 크루아흐에게 죽은 선왕 누아자 아케트라브의 검 클라우 솔라스의 파편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안드라스 부관과의 대화를 통해 마침내 마족들의 목적을 알아낸다. 마족들은 그림자 세계의 ‘암흑의 에르그’를 모아 과거 절대암흑 ‘노이타르 아라트’로 통하는 균열을 찢은 적이 있었던 클라우 솔라스를 재연성하려 하고 있었다. 당시 클라우 솔라스를 막았던 크로우 크루아흐도 없는 지금 만약 노이타르 아라트로 통하는 균열이 생긴다면 에린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누아자의 정령검 ‘클라우 솔라스’의 파편들을 발견한 밀레시안
한편 케이 역시 마족이 클라우 솔라스를 재연성하여 에린에 위협을 가할 것이란 사실을 깨닫고 그걸 막고자 한다. 그러자 케이의 곁에 있던 팔론이 본색을 드러낸다. 자신의 연인을 살리겠다는 개인적인 목적으로 잠시 마족과 협력했던 케이와 달리 에일리흐 왕국의 총사령관 팔론은 처음부터 마족의 목적을 알고서 그들에게 협력했던 진짜 배신자였다.
팔론이 마족의 편에 선 것은 이미 꽤 오래전의 일이었다. 과거 모이투라 전투에서 영웅 루 라바다에게 감화되었던 그는 루 라바다가 다크로드로 흑화되자 마찬가지로 같은 길을 걸었다. 다만 인간들의 세계에서 종적을 감춘 루 라바다와 달리 팔론은 대외적으로 에일리흐 왕국의 권력자로써 그대로 남아 활동하며 은밀히 마족에게 협력해왔던 것이다. 팔론은 케이에게 ‘에린은 노이타르 아라트에 의해 새롭게 연성될 것’이라며 자신들과 함께하자고 회유책을 썼다.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는 그림자 세계라면 케이가 원하는 것도 언젠가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케이는 그의 제안을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케이는 이미 더 이상 지나간 과거에 매달리지 않겠노라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루 라바다를 따라 마족의 편에 섰던 팔론
그동안 밀레시안은 제너와 만나 다수의 마족과 싸우다가 고전하게 되는데, 다행히 원정대가 나타나 상황을 반전시킨다. 안드라스가 이끄는 에일리흐 부대는 물론 엘프와 자이언트가 이끄는 병력도 함께였다. 이때 이들이 물리친 마족들은 ‘무언가’를 운송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이리아에서나 볼법한 고대 유물로 보였다. 원정대는 일단 그 물건을 왕국으로 보내고 곧바로 마족 본거지에 총공격을 감행했다.
원정대가 마족 병력과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밀레시안과 레이모어, 제너, 케이는 클라우 솔라스의 재연성 저지를 시도했다. 하지만 결국 클라우 솔라스는 하반신이 없는 불완전한 모습으로 강림하고야 만다. 이때 밀레시안의 눈앞에 낯익은 자가 함께 나타난다. 키홀이었다. 키홀은 비록 클라우 솔라스가 불완전한 연성이지만 이로써 노이타르 아라트의 개방이 시작되었으며 이제 그림자 세계는 무한히 확장되고 에린은 마족의 의지대로 재연성 될 것이라 선언했다. 그리고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혼잣말을 덧대어 남긴다.
“바이브 카흐 최후의 여신, 네반의 날갯짓은 시작되었는가? 그렇다고 할지라도 독선적인 네반이 과연 이 일에 어디까지 관여하려 하겠는가?”
이번 사건 역시 키홀이 배후에 있었다.
밀레시안은 팔라딘으로 변신해 레이모어, 케이, 제너와 함께 최선을 다해 싸웠다. 하지만 클라우 솔라스는 무한히 부활하며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었다. 팔론도 클라우 솔라스에 의해 끔살당했다. 이대로 절대 암흑 노이타르 아라트로 통하는 균열이 찢어진다면 더 이상 싸울 의미조차 없어질 게 자명했다. 이때 과거 모이투라 전쟁 당시 클라우 솔라스의 폭주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크로우 크루아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그때, 밀레시안은 한가지 기억을 떠올린다. 그가 이리아 대륙에서의 모험을 통해 얻었던 자격. 그 누구보다 강력한 우군. 망설일 새가 없었던 밀레시안은 반신반의하며 곧장 하늘을 향해 외쳤다.
‘드래곤의 계약자로써 그를 이곳으로 소환한다!’
잠시 후, 정말로 하늘에서 차원을 뚫고 거대한 그의 모습이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모든 드래곤의 지배자, 골드 드래곤 아드니엘이었다.
여어 히사시부리~
클라우 솔라스는 아드니엘에 의해 마침내 쓰러졌다. 하지만 소멸하기 직전 마지막 힘을 짜내 자폭을 시도했고, 이를 레이모어가 가로막으면서 그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죽음이 눈앞에 놓인 레이모어를 붙들고 오열하는 제너를 바라보며 이때 케이는 한가지 결단을 한다. 그는 비록 연인을 살리는 호문클루스 실험은 실패했지만, 대신 한가지 알아낸 사실이 있었다. 소울 스트림, 영혼을 재료로 삼는 연금술. 즉 자신을 희생하여 죽어가는 타인을 살리는 방법이었다. 케이는 이를 통해 모두를 배신했던 자신의 죄를 속죄하고자 했다.
영혼을 전하는 최후의 연금술로 자신의 과오를 속죄한 케이
이로써 탈틴에서 벌어진 그림자 사태는 케이의 희생으로 막을 내렸다. 레이모어는 케이가 못다 이룬 꿈, 칼리번을 찾아 나섰고, 제너 역시 그와 함께 했다. 한편 클라우 솔라스를 무찌르고 에린을 구한 밀레시안의 이야기는 금세 왕국 전역에 알려져 세간으로부터 ‘그림자 영웅’이라 칭송받게 된다. 그러나 그림자 사건은 탈틴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림자 세계는 이미 에일리흐 왕국의 수도 <타라>에까지 확장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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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밀레시안은 수도 타라에 도착한다. 타라 역시 그림자 세계에서 넘어온 마족들과 교전을 벌이느라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 병사들 사이에서 이상한 괴담이 떠돌고 있었다. 죽은 것으로 알려진 케이가 지금도 마족의 편에 서서 전우들을 살육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낙 괴이한 눈빛을 하고 있던 탓에 그는 병사들로부터 ‘그림자 연금술사’라 불리고 있었다.
병사들 사이에서 떠도는 ‘그림자 연금술사’에 대한 괴소문
밀레시안은 소문의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일전에 케이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도움을 주었던 엘라하를 다시 한 번 찾아갔다. 이때 밀레시안은 엘라하의 과거와 사정을 어느 정도 알게 되는데, 엘라하는 혼혈 마족으로써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었다.
과거 자신의 뿌리가 무언지 알지 못한 채 홀로 떠돌던 엘라하는 모르간트의 말에 따라 인큐버스 일족으로 받아들여졌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줄곧 마족들과는 어우러지지 못한 채 겉돌았고, 결국 엘라하는 자신의 진짜 출생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일족에서 나와 그림자 속을 떠도는 섀도우 워커가 되었다. 이때 엘라하는 형제보다도 가까웠다는 인큐버스 레비어스와 싸우다 그를 죽이고 만다. 엘라하 자신도 부상을 당했지만 육체적 고통보다는 가까운 친구인 레비어스를 죽였다는 정신적 고통이 그에겐 훨씬 치명적이었다.
여러 우여곡절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온 엘라하
그러던 차에 엘라하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한 명의 소녀를 만난다. 인간들 사회에서 자신의 뾰족한 귀를 감추고 힘겹게 살아가던 엘프, 밀레시안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원정대 캠프의 부관, 안드라스였다. 오래전 알 수 없는 이유로 울라 대륙에서 발견되어 인간 양부모의 손에 성장한 안드라스는 어릴 적부터 인간과 다르단 이유로 놀림당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왔다. 그렇게 놀림 받는 걸 견디지 못하고 급기야 죽을 작정으로 던전에 갔을 때, 운명적으로 마주한 것이 바로 엘라하였다. 동질감을 느낀 둘은 한동안 몰래 만나면서 서로에게 위안이 되었다. 비록 에일리흐 왕국의 주적인 포워르와의 금지된 밀회였으나 그들만큼 서로의 마음을 잘 아는 존재가 없었다. 특히 엘라하가 자신이 누군지 괴로워할 때 안드라스가 옆에서 들래준 오르골 노래는 엘라하의 삶에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에린표 사랑의 불시착
어쨌든 밀레시안은 그림자 세계를 떠도는 섀도우 워커 엘라하를 통해 그림자 연금술사 케이에 관한 괴소문의 진상을 알게 된다. 케이는 레이모어에게 최후의 연금술을 시전할 당시, 마족에게서 훔쳐온 운명의 돌 ‘칼리번’의 힘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 힘을 제대로 다룰 수는 없었기에 연금술 시전 직후 칼리번의 어둠에 잠식당했다는 것이다. 즉 케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사실이었고, 다만 온전한 정신이 아닐 뿐이었다. 엘라하는 덧붙여 일전에 키홀이 언급했던 빛의 여신 네반이 이 모든 일에 관련되어 있을 거라며 우선 네반에 대한 단서를 수집해보라 일러준다.
모리안, 마하와 함께 전쟁의 3여신 바이브 카흐로 불리는 빛의 여신 네반은 다른 자매들과 달리 인간 세계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기에 웬만한 성당 사제들에게 물어도 자세한 기록이나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다. 때문에 밀레시안은 <타라>에 있는 라이미라크 교단의 총본산, 법황청에 찾아가 보기로 한다.
맵만 넓고 썰렁해서 마치 유령도시 같았던 에일리흐 왕국의 수도 <타라>
법황청 성전에는 다행히 네반에 관한 기록이 있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네반은 ‘이리니드’에 의해 티르 나 노이에 종말이 올 것이라 예언한 바 있었다. 밀레시안은 다시 이리아 대륙으로 향해 그곳에서 가장 오래된 코르 마을과 유적지를 조사한 끝에 고대 이리니드가 바로 여신 네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불어 네반이 키홀과 함께 에린의 종말을 꾀하고 있다는 것도.
밝혀지는 여신 네반의 실체
오래전 인간은 물론 엘프와 자이언트에게마저 실망한 여신 네반은 모든 것에 환멸을 느끼고 이리아의 땅에 저주를 내린 한편 마족을 이끄는 키홀과 손을 잡았다. 그녀의 궁극적인 목표는 둘로 쪼개졌던 절대적 힘을 가진 아티팩트, ‘칼리번’과 ‘쿠르클레의 심장’을 다시 하나로 합쳐 그 빛으로 에린을 정화하는 것이었다. 네반은 한때 이리아를 통해 티르 나 노이의 이상을 이루려 했으나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고, 신들의 시대가 가고 있는 게 분명한 상황에서 티르 나 노이가 완전히 그림자로 뒤덮이기 전에 정화하는 것이 빛의 여신인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케이를 매개체로 한 칼리번의 힘으로 더 이상 낙원이 아니게 된 티르 나 노이 에린을 정화하려 한 것이다.
무한한 권능을 가진 아티팩트, 칼리번
네반과 키홀의 뜻에 따라 마족들은 칼리번을 먼저 손에 넣었고, 칼리번의 한 조각인 쿠르클레의 심장도 마저 얻어 이송하고 있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하게 쿠르클레의 심장을 인간들에게 뺏기고 말았는데, 얼마 전 밀레시안과 원정대가 마족 운송대로부터 빼앗은 고대 유물이 바로 그것이었다. 곧 마족들은 쿠르클레의 심장을 되찾기 위해 타라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밀레시안과 원정대는 마족 군단의 공격에 맞서 열심히 싸웠다. 그런데 이때, 마침내 여신 네반이 강림하여 모두의 눈앞에 실체를 드러낸다.
직접 나타난 빛의 여신 네반
네반은 칼리번이 완성되었으니 이제 티르 나 노이는 칼리번의 빛에 의해 ‘정화’될 것이라 천명했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 나타난 또 한 명의 신, 키홀의 말은 달랐다. 키홀은 포워르의 의지에 따라 빛의 정화가 아닌 피의 정화가 될 것이라며 인간들의 낙원 시대에 종말을 선언했다. 그동안 키홀이 네반을 속이고 이용했던 것이다. 화를 내는 네반을 바라보며 키홀은 자신이 준비한 누군가를 그녀 앞에 데려온다. 엘라하였다. 키홀은 엘라하가 노이타르 아라트의 계약에 의해 자신에게 묶여있는 상태라고 말했고, 왜인지 엘라하를 본 네반은 매우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때 엘라하가 네반에게 건넨 첫마디에 주변의 모두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엘라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이미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 이리니드. 빛의 여신 네반. 그리고... 나의 어머니.”
마망... 어디 갔다 이제 와요...
“엘라하... 때가 되면 모든 걸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아... 이렇게는 아니야.”
“항상 궁금했습니다. 내 오랜 고통과 저주받은 운명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결국 이렇게 답을 찾게 되었군요.”
엘라하는 그토록 궁금해했던 자신의 태생의 비밀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둘은 해야 할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모녀의 대화는 길게 이어지진 못했다. 키홀이 서둘러 계약을 수행할 것을 독촉했기 때문이다. 엘라하가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의 힘, 그것이 그림자 케이에게 흡수되는 순간 비로소 소울스트림 파괴를 위한 ‘파괴의 도플갱어’가 완성된다는 것이 키홀의 말이었다. 이에 네반은 그럴 필요 없다며 엘라하가 물려받은 빛의 힘은 노이타르 아라트의 어둠조차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음만 먹으면 그런 계약 따위 얼마든지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엘라하는 어머니의 바람을 거부했다. 엘라하는 처음부터 빛은 신의 의지에 강요된 것일 뿐 자신이 선택한 운명이 아니라며 스스로 그림자 케이에게 흡수되어 버린다. 키홀은 즉시 케이를 소울스트림으로 보내어 티르 나 노이의 파괴를 꾀했고, 분노한 네반은 키홀과 극단으로 치달으려 한다. 이때, 또 한 명의 신이 나타난다. 여신 모리안이었다.
또또 뒷북
모리안은 소울스트림의 파괴를 막을 수 있도록 밀레시안 역시 소울스트림으로 보냈다. 모리안이 끼어들자 키홀은 다시 사라져버렸고, 네반 역시 종적을 감췄다. 에린의 위기를 막아내는 건 또다시 온전히 밀레시안의 몫이었다.
밀레시안은 소울스트림에서 그림자 도플갱어 케이와 혼신의 힘으로 싸웠다. 하지만 도플갱어는 반신 엘라하의 힘마저 흡수한 상태라 역시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밀레시안이 쓰러지면서 바닥에 떨어뜨린 안드라스의 오르골에서 난 멜로디였다. 오르골은 엘라하가 케이에게 흡수되기 전에 직접 밀레시안에게 맡긴 것이었다. 오르골의 구슬픈 음색이 울려 퍼지자 도플갱어는 일순간 자세가 흐트러지더니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도플갱어의 내면에 있는 엘라하가 오르골의 멜로디에 반응한 것이다. 지난 긴 시간 동안 엘라하가 섀도우 워커로 떠돌면서도 그림자에 잠식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항상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게 만들었던 오르골의 멜로디 덕분이었고, 그 효과는 지금도 유효했다.
엘라하가 제정신 붙들 수 있도록 해준 안드라스의 오르골
다음 순간, 밀레시안은 자신의 몸 안으로 무언가 거대한 힘을 들어온 것을 느낀다. 반신 엘라하의 힘이 도플갱어에서 밀레시안에게로 이동한 것이다. 엘라하의 힘을 이어받은 밀레시안은 그 힘으로 순식간에 도플갱어를 제압했고, 그림자에 잠식되었던 케이마저 정화시킨다. 반신 밀레시안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설정상으론 점점 먼치킨이 되어가는 밀레시안. 설정만...
소울스트림의 상황이 마무리된 후 밀레시안은 나오의 도움으로 다시 에린으로 돌아온다. 레이모어는 제정신을 차린 케이와 다시 재회했고, 마족들은 타라 공격을 중단했으며, 이 모든 것을 계획했던 키홀과 네반도 다시 사이가 틀어졌으므로 이로써 에린은 당분간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키홀조차 예상하지 못한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였다. 절대신 아튼 시미니의 손끝에서 빚어져 에린을 창조했던 절대적 힘, 칼리번이 폭주하려 하고 있었다.